[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와 [글래디에이터] : 사랑받지 못한 빌런의 비애
이번엔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와 [글래디에이터] 속 빌런에 대해 포스팅해보려 합니다.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의 제이콥과 [글래디에이터]의 코모두스는 모두 사랑받지 못한 (혹은 인정받지 못한) 고독과 열등감이 악행의 동기가 된 빌런입니다.

먼저 제이콥입니다. 도미닉과 제이콥은 토레토 가의 형제였지만 둘의 대우는 달랐습니다. 돔을 편애한 아버지 말고라도 다른 이들도 돔은 잘난 아들, 제이콥은 쓸모없는 아들이란 꼬리표를 달고 대했죠.

제이콥의 열등감을 꿰뚫어 본 사이퍼의 말대로, 제이콥은 늘 형 돔의 그림자 안에서 살며 형보다 빠르고 강해지기 위해 평생을 노력해온 애정결핍 동생, 딱 그렇게 살아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돔이 제이콥과 돌아서는 순간은 분노의 질주답게 레이싱으로 펼쳐집니다. 레이싱이 벌어지는 공간도 다리인데요, 결국 둘은 이 레이싱으로 돌이킬 수 없는 다리를 건너게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마음이 아팠습니다.
레이싱에서 진 제이콥은 약속대로 멈추지 않고 계속 달립니다. 그 이후로 펼쳐질 그의 인생에서도 주욱 말이죠.

이렇게 제이콥은 아버지에게 사랑받지 못하고, 심지어 아버지를 죽이게 만든 죄책감에 더해 그 마음을 위로받긴 커녕 하나뿐인 형 돔에게마저 처절하게 버림받습니다.
제이콥의 억눌린 열등감과 비애가 가장 절 표출된 장면은 영국에서 그가 돔에게 잡혀 갇혀있을 때입니다. 눈만 겨우 보일 작은 창을 통해 제이콥은 돔과 그 패밀리를 봅니다. 자신은 못 가져본 걸 여전히 갖고 있는 돔을 질시 가득한 눈으로 말이죠..

극 중 헬렌 미렌의 대사가 이런 사랑받지 못한 빌런의 위험성을 잘 말해주고 있습니다.
"가족의 사랑보다 귀한 건 없지. 하지만 그 사랑이 증오와 분노로 바뀌면 그것보다 위험한 건 없어."
심지어 그 아버지가 죽기 전 마지막 부탁 역시 아끼는 형 돔에게는 비밀로 할 것을 전제로 한 가혹한 부탁이었습니다. 그걸 감내한 건 오로지 덜 아끼는 아들 제이콥의 몫이었죠.

[글래디에이터]의 코모두스 역시 마찬가지 유형의 캐릭터입니다. 황제의 아들이지만 마땅히 받아야할 사랑과 인정을 생판 가족도 아닌 막시무스 장군에게 빼앗기고 말죠.

아버지의 사랑을 빼앗긴 것은 물론 병사들과 백성들 역시 황제의 아들인 그보다 막시무스를 더 찬양합니다.
그래서인지 코모두스는 하나뿐인 자기 편 누나에게 집착합니다. 하지만 그 누나마저도 결국 가선 그의 위험한 야욕에 등을 돌리고 말죠.

돔은 친형제이기라도 했지 심지어 막시무스는 황제의 가문도 아니었습니다. [글래디에이터]가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보다 여러모로 감정적 파고가 한발짝 더 깊은 이유이기도 하죠.

단지 사랑받지 못해 비뚤어진 빌런이 아니더라도 빌런은 이렇듯 주인공은 가졌지만 자신은 가지지 못한 무언가에 대해 열등감을 갖고 집착합니다. 세상 모든 걸 가졌어도 자신은 가지지 못한 그것을 말이죠..
앞으로도 이 유형의 빌런이 다양한 작품들 속에서 어떻게 변주되어 등장할지 기대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