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블랙 위도우 : 이야기와 끈끈하게 붙어 함께 호흡하는 액션

오늘 개봉한 [블랙 위도우]를 일반관에서 관람했습니다. MCU 작품답게 평균 이상의 완성도와 오락성을 펼쳐보이는 감정적이고도 쾌감 넘치는 액션영화였네요.

흔히 액션 블록버스터가 저지르는 실수가 있죠. 다름 아닌 액션이 이야기와 사족처럼 따로 논다는 것인데요, 적어도 [블랙 위도우]는 이 실수만큼은 확실히 피해가지 않았나 싶습니다.

마블 작품답게 이야기를 등한시하지 않고 시간을 들여 상당히 공을 쌓습니다. 이와 동시에 펼쳐지는 액션은 그 드라마와 캐릭터로부터 떨어지지 않고 찰싹 달라붙어 함께 호흡하고 함께 움직입니다.

사실 액션이 이렇게 설계되어야 정상이지만 액션 그 자체를 목적으로 한, 극과 따로 노는 액션을 전시하는 작품들이 상당히 많죠.

액션의 본질적 쾌감은 그 자체로서 가지는 스펙터클이지만, 이렇게 극에 종속되어 펼쳐질 때는 그 스펙터클과 시너지를 일으키며 더 강렬한 체험을 선사합니다. 그런 점에 있어서 [블랙 위도우]는 만족스러웠네요.

스칼렛 요한슨은 블랙 위도우 특유의 자기 감정에 다소 서툴고 내면에 혼란스러워하는 연기를 이전 시리즈에서와 같이 매력적으로 연기해냅니다.

이전에 보여준 블랙 위도우의 모습에서 특별히 덜어낸 것도, 더한 것도 없는 늘 우리가 아는 블랙 위도우의 모습이었습니다. 그랬기에 더 반갑고 더 마음이 쓰이기도 했네요.

떠오르는 신예 플로렌스 퓨는 자신이 지닌 매력을 정확히 알고 있는 배우인 것 같습니다. 때론 현실남매같은 츤데레에, 때론 카리스마와 아우라를 뿜기도 하고 그 와중 귀여운 매력까지 발산하며 확실히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킵니다.

액션은 MCU의 [캡틴 아메리카 윈터솔져]와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에서 보여준 현실적인 액션의 계보를 이어 강렬한 타격감과 함께 때론 처절하리만치 현실적인 리얼리티를 선사하며 펼쳐집니다.

다만 처음 보는 독창적인 액션까지는 디자인하지 못한 느낌이 들어 아쉬웠습니다. 초능력이 없다고는 해도 어디서도 볼 수 없는 블랙 위도우만의 액션이 펼쳐졌으면 더 좋았을 걸 싶었습니다. 액션의 아이디어도 이전에 다른 액션영화에서 본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아 기시감도 종종 들었고 말이죠.

또한 액션의 분량 역시 런닝타임에 비해 많지는 않습니다. MCU 자체가 [분노의 질주] 시리즈처럼 액션으로 시종일관 몰아치게 만드는 프랜차이즈가 아님은 알지만, 그럼에도 살짝 분량적으로 아쉬운 감을 지울 수 없었네요.

[캡틴 아메리카 윈터솔져]보단 분량이 적었고, [캡틴 마블]보단 분량이 많은 느낌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아쉬움들을 상쇄시켜주는 건 역시 드라마였네요. 중반부가 살짝 정적이고 지루할 수 있지만 이때 쌓은 드라마로 인해 이후의 액션이 더 감정적으로 깊은 체험이 될 수 있었습니다.

오랜만에 찾아왔지만 여전히 일정수준 이상의 완성도와 재미로 무장한 [블랙 위도우]. 마블 팬분들 뿐만 아니라 솔로무비로서 이번엔 진입장벽이 그리 크지 않기 때문에 마블을 잘 모르시는 분들께도 추천드립니다. 오늘 7월 7일 개봉작입니다. 쿠키 영상은 모든 엔딩 크레딧이 다 올라간 뒤 하나 있습니다.
8.7 /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