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 예상치 못한 스펙터클

마블 스튜디오의 25번째 작품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을 일반관과 아이맥스로 관람했습니다.

세계관을 넓히다 보니 어느덧 동양의 세계관까지 발을 디딘 마블인데요, 단지 겉핥기식 오리엔탈리즘이 아닌, 온 정성을 다해 공을 들인 흔적이 역력합니다. 적어도 헐리웃이 어설프게 다룬 동양의 모습은 생각보다 들지는 않는 작품이네요.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은 제목 그대로 새 마블 히어로이자 MCU 최초의 아시아인 히어로 샹치의 '비긴즈'를 그리고 있습니다.

영웅의 탄생과 성장을 다루는 무한 작품들처럼 정형화된 이야기 틀을 따라 진행되며, 플롯 역시 이전 작품들에서 늘 봐오던 방식이라 이야기적인 측면에서 새롭게 느낀 지점은 많지 않았습니다.

단, 이 이야기를 빼곡하게 메운 액션만큼은 놀랍더군요. 뭘 좋아할지 몰라 온갖 액션은 다 가지고 온 종합선물세트처럼 총격전 빼고 거의 대부분의 액션이 이 한 작품 안에 몰아치듯 등장합니다. 그러면서도 각 액션들의 퀄리티 또한 빼어난 것이 놀랍습니다.

특히 극 초반 샌프란시스코에서 펼쳐지는 버스 액션과 마카오에서 펼쳐지는 빌딩 외벽 액션은 액션의 아이디어와 쾌감이 상당합니다.

이전 성룡 영화에서 자주 봐온 스타일이긴 하지만 이것이 헐리웃 자본과 결합하고 마블 세계 안에 들어와 펼쳐지니 묘하게도 이전에 못 느껴본 이질적인 매력이 느껴지더라고요.
게다가 마블이 선보이는 새로운 무기인 열 개의 링들이 펼치는 액션이 대단히 인상적입니다. 링 액션의 다채로운 이미지가 그 무기를 휘두르는 인물의 감정을 대변하면서도 신선한 쾌감의 타격감을 선사합니다.


배우들의 피땀이 느껴집니다. 온몸을 내던진 듯한 샹치 역의 시무 리우는 물론이고 환갑이 넘었음에도 여전히 우아하고 타격감있는 격투 액션을 구사한 양조위와 양자경 역시 영화가 추구하는 동양적인 액션의 완성도를 든든하게 받쳐줍니다.

더는 성룡이나 이연걸 같은 테크니션 스타의 등장이 사라져버린 지금, 어쩌면 헐리웃 자본력과 결합한 이러한 동양식 액션이 그 쾌감을 이어나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액션에 어느 정도 능한 배우라면 지금의 기술력과 결합해 충분히 예전 아날로그 액션의 쾌감을 재현해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스포일러라 자세히 서술할 순 없지만 클라이막스 액션은 호불호가 다소 갈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분명한 건 우리에겐 익숙할 수 있어도 서양 관객들에겐 아주 진귀한 볼거리일 것 같다는 겁니다. 호불호가 있을지언정 클라이막스가 선사하는 예상치 못한 스케일과 스펙터클은 이 작품을 극장에서 관람해야 하는 충분한 이유를 증명해냅니다.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은 1.90 : 1 아이맥스 화면비율을 갖고 있습니다. 때문에 일반 상영관에서 관람하면 위 아래 화면이 잘릴 수밖에 없습니다. 이왕이면 아이맥스에서 관람하셔서 스펙터클을 온전히 체험하시길 추천드려요. 특히 클라이막스 액션은 일반관과 아이맥스관의 체감이 마치 다른 영화로 느껴질만큼 확연히 다르더군요. 같은 장면이었지만 아이맥스에서 경험한 클라이막스는 경이로운 감정까지 들 정도로 그 스펙터클을 온몸으로 흠뻑 받으며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8.8 /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