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어떤 영화를 볼 때 그 영화에 대한 특정한 기대를 품고 봅니다.

액션 장르라면 그동안 보아온 숱한 재밌는 액션영화들을 봤을 때의 그 쾌감을 다시 느끼기를 기대합니다. 여기서 우리의 기대는 좀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기 시작합니다. 바로 톤앤매너에 대한 기대죠.



같은 액션이라도 [레옹]같은 감성적인 액션이 있고, [다크 나이트]같은 현실적이고 철학적인 액션이 있는가하면, [트랜스포머]처럼 롤러코스터를 타듯 그저 신나게 즐기는 액션이 있습니다.

[분노의 질주] 시리즈를 굳이 분류하자면 마지막 예처럼 그저 2시간동안 신나게 즐기고 나오면 그만인 스트레스 해소용 액션이라 할 수 있습니다.

매 시리즈가 어느 정도 이 톤앤매너에 충실했기 때문에 오랜 기간 관객에게 사랑받아왔고 말이죠.

하지만 이번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는 기존 시리즈의 톤앤매너를 기대한 관객에게 기대와는 살짝 다른 톤앤매너를 보여줍니다.

그저 가볍게 즐기려고 티켓값을 지불하고 앉았는데 생각보다 가볍지 않은 드라마가 꽤 생각보다 살짝 길게 개입해 있는 거죠. 물론 이전 시리즈에서도 무거운 드라마가 없던 건 아닙니다.

다만 그런 드라마가 영화의 전체적인 즐기는 톤에 영향을 줄 정도로 크게 작용하진 않았죠. 여전히 영화는 이건 허구이고 쇼이니 깊게 생각 말고 신나게 즐기라고 외치는 작품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에서는 큰 차이는 아니지만 진중한 관계 드라마에 더 할애를 하면서 살짝 시리즈의 톤앤매너를 침범하기에 이릅니다.

그러니 관객은 '어? 이런 진지한 드라마 보려고 이 시리즈를 보러 온 게 아닌데.. 빨리 액션이나 나왔으면 좋겠다'고 느끼게 됩니다.

우리가 원하는 건 화려한 쇼이고 시원한 바캉스인데 영화가 갑자기 진지한 정극을 보여주니 기대와 다소 어긋나는 셈이죠. 쿨한 거 보러 왔는데 뜨거운 게 나오니 말이죠.

영화가 진지해지니 시리즈 늘 있어왔던 허황된 액션은 유독 좀 더 허황되고 튀게 느껴집니다. 물론 이번 편의 액션이 다소 더 현실적 개연성이 없긴 하지만 톤마저 진지하니 더 말이 안 되게 느껴지죠.

물론 그럼에도 여전히 재미있는 작품이긴 합니다. 적어도 액션씬이 나올 때는 기존 시리즈 못지 않은 즐거움과 쾌감을 여전히 안겨주죠. 다만 굳이 아쉬운 점을 말하자면 액션이 나오지 않는 순간이 길고 진지하다는 겁니다.

7편 [분노의 질주 더 세븐]이 이 시리즈의 본질적 쾌감을 가장 잘 살려낸 작품이지 않나 싶어요. 7편에서도 팀원의 죽음과 복수라는 무거운 드라마가 있지만 아주 짧고 명확히 단번에 짚어주기만 하고 바로 액션의 연속으로 휘몰아칩니다.

잭 스나이더의 신작 [아미 오브 더 데드]를 보면서도 비슷한 아쉬움이 들었습니다. 영화의 포스터, 예고편 등은 라스베가스에서 신나게 좀비들과 결전을 벌이는 발칙하고 즐거운 엔터테인먼트를 기대하게 했습니다.
(물론 이건 철저히 제가 개인적으로 느낀 기대입니다)

이런 가벼움을 기대하고 봤지만 정작 작품은 진지하고 무거운 드라마가 상당한 분량을 차지하는 예상 밖의 작품이었죠.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와 [아미 오브 더 데드] 두 작품 모두 막상 볼 땐 재밌게 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움이 들었던 부분이 바로 여기에 있었던 것 같아요.

관객이 기대한 장르적 쾌감은 물론 더 구체적으로 관객이 기대한 톤앤매너 역시 충족시켜주는 것, 이것이 상업영화의 미덕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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