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는 2시간 동안 관객에게 이야기를 전달합니다. 때문에 그 이야기가 너무 과하거나 혹은 너무 부족하면 관객에게 충분히 이야기를 즐겼다는 만족감을 선사해주기 힘듭니다.

더군다나 액션 장르는 특히 더 단순한 이야기를 요구합니다. 심플한 이야기 위에서 액션으로 시원하게 내달려야 하기 때문입니다. 관객이 기대하는 건 바로 그 액션이니까요.

하지만 액션 영화라고 해서 액션만을 기대하진 않습니다. 그 액션을 즐길 수 있는 최소한의 이야기적 완성도의 바운더리가 있는 거죠. 즉 액션 영화도 어느 정도 이야기적인 만족감을 선사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러나 숙명적으로 액션 영화는 스토리가 허술하고 예상 가능하다는 비판을 피해가기 어렵습니다. 뭘 어떻게 하더라도 결국엔 착한 주인공이 나쁜 악당과 싸워 이기는 스토리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죠.

최근 개봉한 [캐시트럭]은 이 지점을 영리하게 헤쳐나갑니다. 덕분에 [캐시트럭]은 충분히 비판받을 수 있을 만한 단순한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그렇지 않은 액션 영화가 되었습니다. 빤한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이야기를 체험하는 방식은 빤하지 않기 때문이죠.

가이 리치 감독 특유의 시간을 역행하고 교차시키는 편집 스타일이 이 단순한 이야기를 다채롭게 즐길 수 있게 해줍니다. 스토리는 단순하지만 스토리텔링은 단순하지 않은 셈이죠.
영화가 시작하면 관객은 궁금합니다. 이 사람은 누굴까? 현금수송트럭 회사 신입인가보네. 근데 뭔가 있어 보여. 실력이 왜 이렇게 좋아? 쫄지도 않잖아? 정체가 뭘까? 궁금함이 극대화된 순간 영화는 다음 챕터로 넘어가며 질문의 답을 펼쳐보입니다.

이 이상은 스포일러가 될 수 있기에 서술하지 못하지만 이러한 시간 역행 플롯이 극의 이야기에 너무도 잘 맞아떨어짐을 보신 분들은 아실 수 있을 겁니다.

만약 다른 영화들처럼 시간 순서대로 이야기를 보여줬다면 그 다른 작품과 다를 바 없는 빤한 액션 영화가 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캐시트럭]은 시간 순서를 바꾸고 이를 적절한 타이밍에 연결시키는 아주 간단한 방법으로 똑같은 이야기를 새로운 방식으로 체험시킵니다.

우리나라 작품 [불한당] 또한 마찬가지 전략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언더커버 형사가 타깃과 우정을 나누게 되는 작품은 [폭풍속으로], [분노의 질주], 그 외 다수의 홍콩영화들에서 익숙하게 봐왔던 설정이지만 이 작품 역시 이야기의 시간을 잘게 쪼갠 뒤 이를 극적인 방식으로 재결합시켜 감정적으로 훌륭한 영화적 체험을 선사한 바 있죠.

[캐시트럭]과 [불한당] 두 작품 모두 지향하는 바는 하나입니다. 관객이 '최대한 극적으로' 영화를 체험하길 바라는 거죠. 이야기는 단순하니 이야기하는 방식을 바꿔 신선한 체험을 선사하는 겁니다.
이렇듯 최대다수 최대쾌락을 목표로 하는 액션 상업영화라 하더라도 시간을 간단히 재조합하는 아이디어만으로 충분히 이야기도 즐길 수 있는 작품이 될 수 있음을 [캐시트럭]과 [불한당] 두 작품이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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